K&J Baseball 공지

페이스북에서 활동 중인 아마추어 스포츠 칼럼 코너 이글루스 지부입니다.

점잖은 장소에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 하는 용도로 만들었습니다.

한화의 새 외인투수 워윅 서폴드, 채드 벨. 프로야구

1. 샘슨, 헤일 교체 배경.

공식적인 발표로는 "더 좋은 투수를 원했다"고 합니다만 서폴드와 벨이 샘슨, 헤일보다 더 좋은 선수라기보다는 샘슨, 헤일의 문제가 교체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보는 게 사실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아래에서 쓰겠지만 서폴드나 벨이나 한화가 마음만 있었다면 진작 영입이 가능한 선수들이었지 "3년 전부터 지켜봤다" 운운하며 공치사할 정도의 선수들은 아닙니다.
샘슨과 헤일이 그간 한화 외국인 투수들의 역사를 돌이켜볼때 충분히 상위클래스에 속하는 활약을 했음에도 교체해야 할 선수로 평가받았다는 건 아마 현장의 목소리가 크지 않나 싶은데(프런트 핵심 인사들이 일본 가기 전까지만 해도 대안이 마땅치 않다면서 외인투수 교체에 미온적인 반응이었죠.)....
샘슨의 경우 투구수 대비 이닝소화능력이 너무 떨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던졌던 덕분에 시즌 막판에 이르러서는 몸상태가 불안해졌고(두자릿수 승수를 거둔 젊은 투수를 과감히 교체할 정도라면 피가로나 로저스에 준하는 상황이었다고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헤일은 이른바 가성비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겠죠. 헤일의 경우 반토막도 안되는 시즌 동안 연봉 50만 불을 써야 했는데, 그 연봉값을 했느냐 하면 헤일은 당초 기대에 비해 너무 단순한 피칭을 보여줬죠. 컨트롤은 엔간히 되더라도 커맨드가 안되는 선수였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다고 구위가 커맨드 신경 안써도 먹힐 정도로 빼어났던 것도 아니고.

여기에 한화 마운드의 구성상 로테이션에 있어 패턴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용덕 감독은 준수한 좌완 선발("공 빠르고" 제구 되는)에 대해 상당히 욕심을 내는 감독으로 알고 있는데, 이 때문에 좌완 투수를 선발로 내세울 때면 언제나 류현진을 언급했죠. 이를테면 박주홍 같은 선수를 기용하면서도 제2의 류현진 운운했고, 그걸 선수 본인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별문제지만.

아무튼 이닝이터와 좌완선발, 이 두가지 현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선수 교체를 단행한 것으로 표면상 되어 있는 서폴드와 벨, 그렇다면 이들이 그런 목표에 부합하는 선수인가, 그것이 중요하겠죠.

2. 워윅 서폴드 - 목표는 이닝이터 겸 1선발


호주에서 한국 경험이 있는 옥스프링(옥춘이), 토마스(또맞수)와 함께 뛰어본 경험이 있는 준수한 체격의 우완투수입니다. 2012년에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계약하여 그 이후 계속 타이거즈 일원으로 있었는데, 당시 루키 리포트에 의하면 평균 이하의 4가지 구종(포심-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을 구사하지만 컨트롤이 안정적인 투수로, 선발 경험은 있으나 메이저리그에서의 기대치는 롱릴리프 내지 중간계투 정도라는 평가였습니다. 다만 AA~AAA 사이에서 상당기간 헤매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선발투수로 AA 풀타임을 뛰면서 강점으로 평가되던 컨트롤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최대 5선발 정도로 평가받던 실링도 많이 깎였다고 합니다.
2018년 7월 말경 지명할당이 되었는데(한화의 휠러 교체 시점과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어느 팀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디트로이트 산하 AAA팀으로 강등되었고, 이후 계속 선발로 등판했습니다만 땅볼형 투수로서는 좀 많이 홈런을 맞았습니다.

호주에서 미국으로 진출할 당시에는 전통적인 포피치 투수였습니다만, 미국에서 최신 유행(?)을 따라 커터볼러로 변신했습니다. 직구 자체가 어느 정도 싱킹 무브먼트를 보여주고 있으며, 여기에 슬라이더 대신 커터를 주무기로 활용하면서 땅볼 유도형 투수로 분류됩니다. 여기에 한국에서는 파워커브로 분류될 만한 빠른 커브와 체인지업을 던지는데, 문제는 좌타자 상대로 이렇다 할 결정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구위가 아주 빼어난 편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많이 얻어맞았지만 수비 감각이 있기 때문에 크게 얻어맞지 않는 유형의 투수인데, 이런 유형의 투수는 내야 수비가 중요합니다. 한화는 최근 몇년 선수들의 수비 능력이 크게 늘었다는 평가이니 당장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만, 내년에 대규모 야수 리빌딩이 예정된 상황이라는 점이 큰 변수겠죠.

전체적으로 두산이 올해 영입했던 후랭코프, 그리고 한화가 올해 영입했던 샘슨의 혼합형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주로 우타자 상대로 헛스윙을 끌어내는 용도로 쓰이는 고속 커브의 위력이 상당하다는 점에서는 샘슨의 강점이 있고, 커터를 활용하는 감각이 있다는 점에서는 후랭코프를 떠올리게 합니다(현지에서 이 선수의 커터에 대한 평가는 후랭코프의 그것보다 높았다고 합니다). 다만 샘슨이나 후랭코프 둘다 이닝이터와는 거리가 있는 선수인데, 서폴드 역시 선발 경험이 많은 편은 아니고(통산 선발 몇경기 나왔다고 하지만 리그별 수준차 감안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후랭코프는 홈구장과 소속팀 어드밴티지가 상당했던 선수임을 감안해야 합니다.

일단 퍼포먼스 측면에서는 최대 후랭코프, 낮춰 보면 컨트롤이 어느 정도 안정된 샘슨급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만, 설령 그 정도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하더라도 아무래도 최근 선발 경험이 많은 선수가 아닌지라 한화가 이 선수에게 원하는 이닝이터 역할을 수행할지는 의문입니다. 당장 그 후랭코프도 딱 6이닝만 소화하면 전혀 다른 투수가 되어 얻어맞는 경우가 빈번했던지라 6무원 소리 듣던 선수였죠.
다만 두산 투코 시절부터 한화에 이르기까지 한용덕 감독의 투수 기용 스타일을 보면 속된 말로 1년 쪽 빨아먹고 다른 투수로 바꾼다는 선택지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손톱이 빠져도 8이닝 던지게 했던 보우덴만 하더라도 2년차 보우덴은 1년차 보우덴이 아니었고, 같이 오래 갈 육성형 용병이라면서 데려와서 로저스보다 낫네 뭐네 온갖 공치사 발라가며 등판시키던 샘슨은 1년 쓰고 다들 보시다시피 이렇게 버렸죠. 어깨 상태도 안좋고 선발 경험도 많지 않은 선수에게 120구씩 꼬박꼬박 던지게 하는 건 무슨 경우냐고 하던 것 기억하는 분들 계실까 모르겠습니다.

올해 중순에 이미 지명할당되었을 정도로 그간 키워온 소속팀에서도 진작 내려놓았던 선수고 시장평가도 썩 좋지 않던 선수에게 현지에서 받던 것보다 많은 연봉 70만불(계약금 포함 100만불. 현재 KBO 제도상으로 초짜 외인에게는 최고대우)을 보장하면서 데려왔다는 건 그만큼 한화가 급하게 투수를 바꿨다는 의미입니다. 며칠 전만 해도 대안이 없다고 하던 걸 생각하면 더 그렇죠. 그러니 3년 전부터 지켜봤네 어쩌네 하는 건 그냥 오버죠.
한화의 전략은 김민우, 김성훈 등의 토종선발이 클 때까지 외인투수들이 이닝소화를 전담하고, 그 과정에서 버티지 못하는 투수는 교체한다는 방식인데 128경기 체제에서는 이런 전략도 엔간히 먹혔습니다만 144경기 체제에서 이게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그만큼 토종선발들을 강하게 단련시키거나 선발 경험이 어느 정도 축적된 토종선발을 최소 1명은 기용할 필요가 있는데, 지금 한화는 어느 쪽이라고 보기도 어렵죠.

결론적으로, 좌타자에 유독 약하다는 약점에 대처할 방안을 찾아낸다는 전제 하에 1선발 롤은 수행할 수 있을 거라고 보지만(한국 적응 문제나 몸상태 등의 변수는 지금 논할 수 없죠), 이닝 이터 역할은 어렵다고 봅니다. 다만 이는 통상적인 운영의 경우에 한정되는 얘기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토종선발 육성용으로 1년 갈고 버린다고 마음먹는다면 매경기 6~7이닝 정도 이닝 소화는 가능하겠죠. 70만불이라는 후한 연봉은 그런 리스크를 포함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서폴드 자신도 그에 대해 어느 정도 각오가 필요해 보입니다.

덧붙이자면 2016년 8월말에 술집에서 폭행사건을 일으켜 체포되었던 적이 있다고 하는데, 이런 에피소드가 그냥 가십으로 끝날지 아니면 변수로 작용할지는 좀 지켜봐야겠습니다. 그 외에는 커리어 내내 인성 측면에서 나쁜 평가를 받은 적이 없으니, 아예 강도사건에 연루되었던 샘슨에 비하면 애교지만요.

3. 채드 벨 - 150 던지는 좌완선발


아마추어 시절 고졸단계부터 프로의 관심을 받았던 좌완 유망주였습니다만, 커리어 내내 선발투수로서의 기대는 받아본 적이 없는 투수입니다. 2007년부터 이미 프로 지명을 받을 정도였지만 대학진학을 선택했고, 이후 2008,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지명받으면서 2009년 텍사스와 계약했습니다. 하위리그에서는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만 2012년 무렵에 세자릿수 이닝을 소화하면서 어깨와 팔꿈치에 이상이 생겼고, 2013년에는 토미존 수술로 시즌을 치르지 못했습니다. 이후 14년, 15년에는 AA 이하 레벨에서 주로 선발투수로 뛰었습니다. 이후에는 AAA 레벨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거나 메이저리그에서 불펜으로 기용되었는데, AAA에서도 선발보다는 불펜 쪽에 가까웠습니다.

93마일 전후의 포심과 투심, 여기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선수로, 직구계열 구종과 커브, 슬라이더의 구사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이따금 구사하는 체인지업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만 플러스 레벨의 구종은 없다고 합니다. 컨트롤보다는 구위에 방점을 두게 될 선수로 보이는데...

한화의 역대 외인 투수들을 돌이켜보면 특히 좌완투수들의 경우에는 빠른 공의 구속이 나오지 않는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비교적 좋은 기억이 있는 세드릭이나 토마스도 제구 면에서는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공이 빨랐던 선수들이었고, 구속 면에서 특기할 정도는 아니었던 이브랜드나 앨버스는 그렇지 못했죠. 올해 교체되었던 휠러도 좌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느린 공 투수가 아니었는데도 현장에서 구속에 대한 불만을 계속 보였던 점을 보면(물론 휠러가 짐을 쌌던 건 강점인 제구가 생각만큼 안되는데 구속도 안받쳐준 것이 크지만) 한화가 40만불(계약금 20만불 포함 60만불)이라는 후한 연봉을 지불하면서 채드 벨을 영입한 것은 역시 구속에 방점이 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150 던지는 좌완으로 선전하면서 데려왔지만, 딱히 긴 이닝을 던지는 것도 아닌 불펜투수로 93마일이면 선발로 나왔다고 할 때는 140 중후반대(146~147) 정도일 겁니다. 물론 한국에서 이 정도 던져주는 좌완선발은 리그 전체를 톡톡 털어봐도 다섯 명이나 될까 싶으니 구속은 한국에서 어필하기에 충분하겠습니다만,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140 이닝 전후 던지고 어깨를 잡았던 선수임을 감안하면 불펜이 아닌 선발투수로 안정적인 이닝 소화가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4. 총평.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서폴드와 벨이 샘슨과 헤일보다 월등 좋은 자원이라 바꿨다기보다는, 샘슨과 헤일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출을 크게 하면서 서폴드와 벨을 데려왔다는 게 실상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 빠른 교체는 프런트보다는 현장의 의지가 더 크게 작용했을 겁니다. 샘슨도 나이나 비슷한 유형의 투수들을 보면 회복불가의 몸상태보다는 어느 정도 만지면 나아질 정도 아닌가 싶은데, 문제는 그런 리스크 감안하면서 안고 갈만큼은 아니었다는 거겠죠(일단 구위저하는 확실할 거고).

외국인 투수를 대하는 한용덕 감독의 스타일이, 구위가 되는 투수를 선발로 한계까지 활용해서 믿음의 야구/선발야구 하는 감독 소리를 들었던 김인식 감독에 가까운 점을 감안하면(김성근 감독은 지켜보기보다는 처음부터 이것저것 간섭하는 스타일이고), 이 선수들이 한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지 여부는 오직 선수들 손에 달렸다고 봅니다. 보우덴이나 샘슨처럼 구위 잃고 버려지기 싫으면 스캠 합류 전까지 자기들이 알아서 잘 해야겠죠.

연말 감상 02. SK 와이번스 : 끝이 좋으면 모두 좋다? 프로야구

트레이 힐만 감독은 임기 마지막 해에 업셋 우승을 기록하며 한국에서의 커리어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막판에 석연찮게 헤어지면서 화룡점정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여기에서는 확실히 끝내고 간다는 인상을 주는데 성공했으니 욕먹지는 않겠지요.

다만 어떤 특정팀 팬들이 줄기차게 외쳐대는 것처럼 SK가 힐만식 메이저리그 야구를 통해 팀체질 개선에 성공하면서 김성근의 주박에서 벗어났다는 논리는 그냥 헛웃음 나올 이야기입니다. 결과가 좋았으니 팀체질 개선이고 힐만식 관리야구가 성공했다는 논리대로라면 어쨌든 우승했으니 김성근 야구도 긍정해야 할 것인데, 그 우승은 김성근이 했으니 가짜 우승이고 이 우승은 메이저리그 감독이 했으니 좋은 우승이라는 건 어불성설이죠. 그렇게 말하면 그 특정팀 팬이 응원하던 특정팀이 몇년 전까지 해오던 4연속 통합우승은 돈으로 쳐발라 만든 부잣집의 매수 놀이고 류중일은 덕장의 탈을 썼던 멍청이가 되는 것인지.

팀체질 개선 운운하는 부분도 헛웃음나올 이야기인 것이, 힐만의 야구는 사실 관리의 탈을 쓴 무색무취 관리인 야구였죠.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이지만, 힐만 감독이 지도자로서 가장 높게 평가받던 시기 그가 익혔고 선호했던 야구는 근본적으로 메이저리그보다는 일본에서 미국의 영향을 받아 만든 스타일에 가까웠죠. 수비에 주안점을 두되, 언제 어디서 큰 한방이 터질지 모르는 타선으로 상대를 위축시키고, 정교한 주루로 흔든 뒤 총알처럼 공격한다. 어디서 많이 본 야구 아닙니까? 바비 발렌타인 밑에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김성근 감독이 시도했던 야구였죠. 김성근 감독은 여기에 뎁스의 중요함을 한국야구에 도입하는 역할도 했습니다만, 힐만 감독은 그 정도 영향력을 보일 위치는 아니었죠.
힐만 감독 부임 후 매 시즌 초마다 올해 목표로 제시했던 것이 수비와 주루에서의 정교함 제고였습니다만, 끝나고 나면 한방 야구로 기억되는 건 힐만도 극복하지 못했고, 2년차에는 그나마 무색무취로 일관했습니다. 기사에서도 프런트와 현장의 갈등에 대해 암시는 계속되었고, 선수들의 관리나 전력 구성에 있어서도 힐만 감독은 늘 뒤로 물러서는 형태를 취해야 했죠. 돌이켜보면 늘 염경엽 단장이 선수를 쳤고, 힐만 감독은 뒤로 물러서서 허허 하며 봉합하는 형태였는데, 시즌 막판 퇴진 예고와 함께 염경엽 단장의 그런 간섭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는 건 두 사람의 관계나 그간 SK에서 힐만 감독의 역할이 위에서 말한 특정팀 팬들이 묘사하는 것과는 거리가 상당하다는 의미겠습니다.

사실 이는 1년차에 힐만 감독이 저질렀던 실수에서 기인한 바 크다고 보는데, 우선 그가 본디 지향하던 야구를 위해 필요한 확실한 기본기 확립에 실패했던 점이 하나, 그리고 SK에 그리 많지 않았던 코어급 유망주 관리에 실패한 점이 또 하나겠죠. 아직 클로저로 활용하기에는 모자란 점이 많았던 서진용의 조기 기용은 현재 도저히 한 이닝을 믿고 맡길 수 없는 서진용의 모습을 보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 혼선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던 박희수의 선수생명도 더 단축되면 단축되었지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웠죠. 그 때문에 여전히 SK 불펜 운용에 있어 석연치 않은 점이 눈에 띄는 것은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베테랑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김성근 시절에는 선수들을 로봇처럼 다뤄서 어거지로 이겼는데 이번에는 선수들이 알아서 해서 이겼기에 더 가치있다는 논리도 웃기는 소리입니다. 8년 세월 지나는 동안 선수들이 그때와 다름없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간 축적된 경험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고, 그들이 젊은 시절 어땠는지는 타팀에서, 혹은 다른 감독 밑에서 뛸 때만 떠올려 봐도 답이 나옵니다. 김성근 감독 시절에도 알아서 잘하는 선수는 터치 안했죠. 김성근 감독이 한화에서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그 전까지 한꺼번에 싸발라 매도하는 건, 김성근 감독 개인만이 아니라 그 밑에서 뛰었던 선수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합니다. LG에서 개똥 쌌다고 류중일 감독의 삼성에서의 공로까지 어쩌다 얻어걸린 거고 그 때 우승은 돈으로 산 도련님 우승이라고 평가절하하면 핏대올릴 분들이 왜 그러세요.

지금 SK는 결과적으로 두산의 악재로 우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팀체질 개선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수비 면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어설픈 모습을 보이던 건 플레이오프 때에도 빈번히 노출되어서 다 이긴 경기를 막판에 뒷심부족으로 말아먹기 직전까지 간 일도 빈번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죠. 결과적으로 한방 쳐서 이기는 패턴은 마지막까지 이어졌습니다. 뭐, 김성근 시절 SK가 코시에서 실책 없었던 건 김성근이라는 마귀가 어거지로 만든 허상이었고, 그런 비극적인 팀에게 사대떡으로 처발린 특정팀은 인간적인 야구하다 망했을 뿐이었다고 주장할 특정팀 팬들 입장에서는 그것도 인간적인 야구로 포장이 가능하겠습니다만, 인간적인 야구 해서 경기 말아먹었으면 사실상 우승이라고 포장할 겁니까, 뭐할 겁니까. 아닌 말로 거기서 최정이 한방 날리지 않았다면 오늘 7차전 했겠는데, 홈런이란 어디까지나 변수지 상수가 아니죠.

여기에 시즌 막판, 결국 팀 분위기를 응집시켰던 건 여전히 예전 왕조 멤버였다는 것도 숙제거리입니다. 다행히 내야에 강승호라는 흥미로운 재목이 새로 가세했고, 그간 버텨오던 90년대 이후 출생 선수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지만, 이들이 80년대 출생 선수들을 완벽히 대체할만큼 다듬어지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방의 저력은 있지만 정교함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에 막판까지 아슬아슬하게 승부해야 했다는 것은, 그냥 결과가 좋았다고 다 덮을 일이 아니죠. 운동능력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이는 왕조 멤버들보다 젊은 선수들이 수비 못하고 얼타는 건 이제 더 이상 경험치 운운하며 넘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그나마 선수층 측면에서 SK는 여전히 두텁다 보기는 어렵죠.특히 투수력 측면에서는 확실한 에이스였던 켈리와의 이별을 우선 대처할 필요가 있고, 국내 투수들에 한정시킨다 해도 이제 김광현 뒤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분명히 김광현의 뒤를 염두에 두고 확보했을, 염경엽의 야심작이라 할 김택형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수업을 받게 되겠고, 힐만 감독 체제에서 혼선을 빚었던 서진용도 어떻게든 정신줄을 잡아야 불펜에서 힘을 보탤 수 있겠죠. 노장이면서도 노장다운 안정감이 도무지 없는 불펜 투수들도 이제 그 뒤를 고려해야 하겠고.

결국 감독의 야심을 이룬 염경엽 감독입니다만, 전임 힐만 감독이 결국 우승을 해냈다는 건 넥센에서와는 또다른 부담을 염경엽 감독에게 지워주게 될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과제들에 대해 염경엽 감독이 어떻게 대처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넥센에서 염경엽 감독이 특히 투수 관리 측면에서 보여줬던 한계(염감독이 넥센에서 세운 최단기간 영건 최다수술의 기록은 부정할 수가 없죠)를 여기에서는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