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 Baseball 공지

페이스북에서 활동 중인 아마추어 스포츠 칼럼 코너 이글루스 지부입니다.

점잖은 장소에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 하는 용도로 만들었습니다.

그냥. 프로야구

뉴스니 어디니에서 남들 표면에 드러난 것만 본다고 훈장질 쩌시는 분이 정작 자기가 표면에 드러난 것만 보고 있는데.

그래서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무학대사가 지르신 말씀이 수백년 뛰어넘어 아직도 통하는 명언인 법이라.

배지환 문제. 아마야구

- 유망주들의 해외진출에 대해, 해외 구단과의 계약이 이루어지면 해외구단과의 계약 종료 후 2년간 유예기간을 거쳐야 국내 드래프트 참여가 허용되는 제도는 해외진출 자체가 잘못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정도 제재조치도 없으면 인재 유출을 통제할 수 없다는 리스크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뭐 지금이사 해외로 나갔던 선수들이 잇따라 피를 보면서 해외진출이 선호받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언제까지 그러란 법도 없고, 국내 아마야구계에서 해외로 나가도 경쟁력을 인정받을만한 인재들이 막 배출되는 시기가 충분히 있을 수 있죠.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소위 "꼼수"를 부릴 수 있는 잘못된 선례가 있어서 그게 악용되면 그대로 한국 야구판이 외국에 단물을 빨아먹히거나, 이중으로 돈챙기려는 선수들에게 휘둘릴 수도 있는 겁니다.

- 이 취지에 따라 해석해본다면, 유망주들의 해외진출 계약에 대한 2년 유예규정은 계약의 효력이 사후에 어떻게 되느냐의 문제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국내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고>> 해외 구단과 계약 행위를 했다>는 점을 객체로 두고 적용되는 규정으로 해석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물론 아프리카 축구 유망주들 피해보는 경우처럼 상대 구단이나 에이전트의 사기, 불공정 행위, 또는 선수 본인의 과실없는 사유로 피해보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구제할 수 있어야겠지만(이번에 배지환 선수 측에서 근거로 제시한 국해성 선수의 경우에도 이런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죠), 그렇지 않다면 계약이 사후에 무효화되었다는 이유로 위 유예규정을 회피하게 하는 건 본 취지에 부합된다 보기 어렵다는 거죠.

- 이번 배지환 건도 그런 의미에서 크보가 2년간 유예기간 부과처분을 한 거라고 보는데, 이번 건에서 배지환이 구제되어 육성선수로 국내구단에 입단하던가, 유예기간없이 바로 내년에 드래프트에 참가하게 된다면 백퍼센트 배지환측의 논리를 그대로 악용하는 사례 나올 겁니다. 배지환 본인이야 애틀랜타가 꼼수부린 정황도 있고 하니 선의의 실수였다고 변명할 여지가 있을지 몰라도, 이번 건처럼 계약의 실제 태양도 숨기자면 얼마든지 숨길 수 있는 상황에서 일단 계약맺어서 미국 건너가 놓고 이런 식으로 "무효화"해서 유예기간 규정 빠져나가는 사례가 나오지 말란 법이 어디 있나요. 사람의 본성은 하지 말라는 게 있으면 어떻게든 그걸 할 여지를 찾기 마련이고, 그런 여지를 허용한 전례는 그런 사람의 본성에 있어 좋은 핑계거리가 됩니다.

배지환 측의 주장을 보면 계약이 "무효화"되었으니, 처음부터 계약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그러니까 계약을 한 선수들에게 적용되는 유예기간 규정은 배지환에게 적용될 수 없다는 게 가장 강력한 무기 같은데, 이 논리대로라면 미국 가서 활동하다가 계약을 "무효화"해서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것도 이론상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당장 이번 배지환도 미국 가서 교육리그 출전은 한 걸로 아는데 이것 자체를 현지 활동으로 보기는 애매하다지만, 이를테면 해외진출한 선수 A가 마이너리그에서 좀 뛰다 보니 자기 깜냥으로는 빅리그는 가망없어보이고, 군대를 간다거나 해서 2년 유예기간 채우기도 애매한 상황인 경우를 상정해볼 수 있겠죠(대부분의 해외파 선수들이 이렇습니다만). 그때 현지 구단하고 입맞춰서 뭔가 계약 당시부터 당해 계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하자가 있었다면서 계약을 "무효화" 해놓고서, 한국 리턴한 뒤에 "무효화"를 근거로 계약이 처음부터 없었던 거니까 바로 드래프트 참여하게 해달라고 주장하면 그땐 어쩔건지. 현지 구단도 자기들이 딱히 피보는 상황도 아니고 보면 그 정도 "배려"는 해주려고 할 거고. 처음부터 그런 내용이 삽입된 계약을 할 수도 있는 거고. 지금이야 비약 같지만 한번 전례가 마련되면 근거는 어떻게든 짜맞출 수 있습니다.

- 더군다나 인터뷰를 보니 계약 무효화의 또다른 원인이었던 이면계약 사실을 부정할 여지도 꽤 적어보이는데, 애초에 배지환 사건은 현지에서 마이탄 등의 다른 국제유망주들과 별개로 다뤄졌던 케이스죠. 그리고 다른 유망주들이 "취소"를 이유로 구제절차 대상이 될 때, 배지환만 "무효화"가 되었고 별도의 구제절차도 없었습니다. 애초에 다른 국제유망주들의 케이스에 더해 별도의 규정위반 사실이 추가적으로 있었다는 거고, 때문에 MLB 측에서도 다른 유망주들과는 달리 공식적으로 구제해줄 이유가 없다고 봤다는 거죠. 그리고 그 "위반"에 대해 배지환 측이 지금 이야기하는 것처럼 무고하다고 볼 여지도 적어보입니다(애초에 배지환 측이 100% 구단의 사기질에 속은 피해자였다던가 하면, MLB가 그냥 손을 놨을까요?).

그런데 위법성 정도가 보다 덜한 "취소"한 경우(계약은 존재했으므로 유예기간 적용)보다 위법성의 정도가 중한 "무효화"된 경우(배지환측 주장대로라면 계약이 처음부터 없던 거니까 유예기간 규정 미적용)가 결과적으로 더 경하게 제재받는 결과가 나온다면? 이게 형평에 맞나요? 구단측의 일방적인 기만 때문이었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고 선수측도 같이 합을 맞춘 건데?

- 규정 위반의 영역은 아닙니다만, 배지환 선수 부친의 인터뷰를 보다보니, 학생야구에 종사하는 선수나 선수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게 뭔가 싶은 인식도 엿보이던데, 지명 당일 해외진출 발표한 게 구단들에 대한 "상위지명은 하지 말되 하위지명은 하던가 말던가"의 뜻이었다는 발언 부분에서는 제 눈을 의심하게 되더군요. 프로 지명의 의미를 지금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9, 10라운드쯤 되면 지명하던가 말던가 의미없는 존재 취급한 거라고 해도 할 말이 없지 않습니까. 1천명 가까운 선수들 중 100명 남짓만이 선택받는 좁아터진 경쟁의 장에서 9,10라운드 지명이 그렇게 하잘것없다는 건지?

저는 아마야구의 도의나, 규정의 취지로 볼 때 2년 유예규정 적용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유예규정의 취지 자체가 해외계약의 효력 존부가 문제가 아니라, 해외계약의 행위를 했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거든요.

이번 건은 예전 볼티모어의 김성민 입도선매 미수사건과 같은 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건의 디테일은 전혀 다를지 몰라도, 이 건이나 그 건이나 선수가 원하는대로 풀어줄 경우 이후 다른 사건에서 당해 선수측의 정당화 논리가 악용될 여지가 거의 100%에 가깝다는 점은 똑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악용될 경우, 해외 리그에 국내 리그가 호구 취급을 당할 구멍이 생기고, 아마야구 근간이 무너질 여지도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2년 유예규정을 회피할 방식이 생기면 그 다음엔 2년 유예규정 자체가 공격받을 거고, 2년 유예규정이 무력화되면 그 다음엔 김성민 사건 당시처럼 고1,2 때 입도선매해버리는 경우를 두고 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겠죠. 크보가 아무리 리갈마인드하고 거리가 먼 집단이라고 해도 이 정도 모를만큼 호구집단은 아니니까요.

배지환 개인의 재능이 아까워서 기회를 줘야 하네 말아야 하네 하는데, 미래의 또다른 배지환들을 생각해서라도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재능이 뛰어나다면 그만큼 떳떳한 방식으로 재능을 펼치게끔 해줘야 후에 탈이 나질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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