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고교야구 유망주] '장종훈, 김태균, 그 다음은...?' 천안북일고등학교 No.10 변우혁. 아마야구

2016 용달매직배 홈런왕 대회에서.


호쾌한 한방으로 극적인 승부를 연출해내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명성을 떨쳤던 바 있는 빙그레/한화 이글스의 요람답게, 충청팜은 한때 우타빅뱃의 산실로 불렸던 적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이들을 꼽으라면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인 최초의 "+40 홈런왕" 장종훈과 천안북일고등학교가 배출한 최고의 타자 김태균을 들 수 있겠죠.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빙그레/한화 이글스의 일원입니다. 장종훈은 80년대 후반~90년대 초 전성기를 누리며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상징이 되었고, 김태균은 2000년대 초, 우승 이후 잠시 혼미에 빠졌던 이글스의 희망으로 등장하여 21세기 이글스 타선의 기둥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승엽 이전 홈런타자의 아이콘이었던 홈런왕 장종훈, 한때 이승엽을 능가할 재목으로 꼽히기도 했던 별명왕 김태균....

아쉽게도 장종훈이 은퇴할 무렵 김태균이 혜성처럼 나타나 그 뒤를 이었던 것과는 달리, 김태균이 이제 30대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때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명성을 떨쳤던 이글스 타자들 중에서는 그 뒤를 이을만한 우타빅뱃 유망주가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능성이 엿보이던 인재들이 없지는 않았습니다만, 이글스가 2000년대 후반의 혼미를 극복하는데 실패하면서 김태균의 이름값을 이을만한 새로운 별은 요원한 상황이지요. 더구나 이글스와 각별한 인연을 자랑하는 천안북일고 출신으로 범위를 좁혀보자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나마 최근 특유의 무지무지한 파워를 살리는 데 성공하는 듯 보이는 김동엽이 있습니다만, 이 친구도 해외진출을 시도하고 뒤늦게 한국행을 선택했기에 최근에나 이름이 나오는 것이지 사실은 1990년생, 적은 나이는 아니지요. 반드시 이글스의 일원이 되지는 않는다 해도, 충청도가 배출하는 우타빅뱃이 되어줄 반짝반짝한 인재가 하나쯤은 나올 떄가 되었는데...

과거 류현진의 예처럼, 하늘에서 인재가 뚝 떨어지길 바라는 것은 당연히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 팬들이 바란대도 도둑심보 소리를 들을 판이고, 하물며 팀이 그런 걸 바란다면 뺨을 맞아야죠. 인재를 잘 키워내서 선대 명성을 떨쳤던 선수들만큼 훌륭하게 만드는 게 지도자들의 본분이고, 팀 운영의 왕도인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육성을 논한다 하더라도, 갈고 다듬기 전부터 반짝이는 원석을 갖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여기 한 원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어쩌면 위대한 선대 우타자들의 계보에 합류할지도 모를 친구입니다. 천안북일고등학교의 주전 3루수이자 클린업의 일원, 변우혁입니다.


프로필 기준 185cm, 90kg의 좋은 체격과 그에 걸맞게 파워가 느껴지는 플레이가 매력적인 선수입니다.


작년 용달매직배 홈런왕더비 기사를 보면서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들리는 이야기가 평이 나쁘지 않았고, 지인분들을 통해 알음알음 알아보게 되면서 더 관심이 커졌다고 해야겠습니다. 사실 고교야구 하면 컨택에 집착하다 덩치가 크건 작건 죄다 똑딱거린다는 선입견이 강해서 좋은 체격이구나 싶으면서도 의문이 들었는데... 뭔가 팍 하는 박력이 느껴지더군요.

실제로 올해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도 사실상 팀의 주포로 대활약하기도 했고, 홈런이 되지는 못했습니다만 외적 요인이 조금만 더 작용했더라면 홈런이 되었을지도 모를 질좋은 타구를 꾸준히 쳐내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박병호나 김태균을 연상시키는 타격폼도 단순히 허세가 아니라 그만한 힘을 느끼게 했지요. 아직 2학년인데도 그 정도라면, 앞으로 좀더 몸이 다져지고 힘이 붙는다면 장래가 두렵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물론 아마야구 야수가 방망이만 잘 돌려서야 아무래도 성장폭이 제한되기 마련이니, 수비에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겠는데, 주로 3루수로 나오는 것으로 압니다. 유격수로 처음에 한 경기 나왔다는 것 같은데, 결과가 그리 좋지는 않았던 것 같군요. 제가 보거나 지인들께 관전을 부탁드렸던 경기들에서는 3루수의 수비감각을 요하는 상황이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만, 다행스럽게도 수비 또한 아주 빼어나지는 않아도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신성현과 송광민의 중간 정도 느낌인데, 물론 수비야 훈련으로 얼마든지 키울 수 있지요. 아직 몸이 말랑말랑할 때 제대로 다져놓으면 경험이 쌓이면서 늘게 되는 게 수비니까요.

발도 괜찮다는 게 맘에 듭니다. 아무래도 그 나이 때 김태균과 비교를 하게 되는데, 당시 이대호, 추신수와 함께 3대장으로 꼽힐만큼 타격 재능이 특출나면서도 느린 발 때문에 활용폭이 좁다는 말을 들었던 아마야구 시절 김태균과는 달리, 발도 그리 느린 편은 아니었습니다. 역시 신성현이 생각나더군요. 신성현은 판단력이 좀 덜 다듬어져서 그랬지, 주력은 준수한 편이니까요.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승부욕과 그에 걸맞는 집중력입니다. 북일고 타선에서 변우혁의 매력은 클러치 본능에 있죠. 주자가 있을 때 굉장히 높은 확률로 적시타를 보장하는 것이 눈에 띕니다. 흔히 고교야구에서 상위권에 드는 타자들을 보면 높은 타율이나 OPS에 비해 실속이 의외로 적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 친구는 한 학년 위 선배들하고 비슷한 기록으로 다투면서 실적은 그 이상으로 옹골차더군요. 속된 말로 차려진 밥상 잘 먹는다고 해야겠는데, 밥 잘 먹게 생긴 친구가 밥상도 잘 챙기니 눈에 들지 않을 수가 없지요.

타격이나 주루, 어느 쪽에서도 설렁거리는 느낌이 없는 용맹함도 눈에 띕니다. 신인시절 한동민이 들소처럼 뛰는 걸 보면서 저 친구 앞으로 몇년 내 일을 저지를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때 그 느낌을 황사기 때 이 친구를 보며 한번 더 느꼈습니다. 김태균이 그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 용맹이라는 측면에 있어 약간 덜한 느낌 때문에 사람들을 아쉽게 했는데.....

물론, 지금 좋은 모습을 보인다고 프로 가서 바로 크게 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아마추어 시절 천재다 뭐다 소리 듣던 수많은 인재들이 프로에서 어찌 되었는지 우리는 잘 압니다. 기량의 한계만이 아니지요. 자기 재능과 성과에 도취해서 발전에 실패하고 몸을 망친 머리 가벼운 친구들의 예를 너무나 많이 봐 왔습니다.

아직 프로를 논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만큼 채우고 갈고 닦고 더 빛나야 할 인재지요. 다른 생각, 다른 길에 눈 돌리지 않고 자기 재능을 끌어올리는데 오롯이 힘써주기를 바랍니다. 장종훈과 김태균, 어쩌면 그 뒤를 이을 김동엽, 그 다음에 변우혁. 그 이름이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우타 빅뱃의 명예로운 계보에 확고히 새겨지는 것을, 꼭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