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살펴보는 2020년의 주인공들 - 투수편 (2) 경기(KT) ㄴ2020년 KBO 신인지명

경기팜은 충청, 강원 지역과 함께 저평가의 정도가 가장 심한 팜에 속한다. 혹자는 심지어 같은 기록이라도 타지역 선수들에 비해 7할 정도로 낮춰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할 정도다. 인지도 있는 유명고교의 부재, 신생팀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점, 연고팀의 부진이 장기화되는 점 등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실제에 비해 그 저평가의 정도가 약간 과하지 않나 싶다.
타지역에 비해 현재는 다소 불리할지 몰라도 소속학교가 다수 있다는 점, 타지역으로 유출되던 인재들을 어느 정도 유치하기 시작했다는 점 등을 볼 때 경기팜은 장기적으로 상당한 저력을 발휘할 것으로 점쳐지는 매력적인 팜이다. 실제 이번 년도에서도 경기팜 소속 학교들이 기존의 강팀으로 불리던 메이저급 학교들과 팽팽하게 맞서거나 격파하는 저력을 과시했고, 그만큼 매력적인 선수들이 여럿 등장하여 드래프트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그런 기류가 내년에 더욱 강해지기를 바라며 경기팜 소속 2학년 선수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2. 경기(KT). 유독 눈에 띄는 선수들이 있다.
기준은 8월 30일


(1) 사우스포, 서브마린의 분발 필요.

서울 지역에서 경기로 넘어오면서 우완 투수의 비중이 대단히 올라갔다. 아직 실전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졸업년도에 등장한다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어느 정도 실전 경험을 쌓고 있는 선수들 중에서는 그렇게 보인다.

좌완 투수로서는 유신고의 허윤동이 우선 눈에 띈다. 기록은 대단히 좋지만 표본이 아직 크다 보기는 어렵기에 보다 긴 이닝을 책임질 때도 이런 모습이 이어질 것이라 단정짓긴 어렵다(실제로 경기운영능력은 아직 갈 길이 먼 느낌이다.). 하지만 지표상 이렇다 할 문제가 없는 평균 체격의 좌완 투수는 우선 체크하고 지켜볼 만하다.
반면 안산공고 소속의 홍의성은 거의 모든 지표에서 개선점이 상당히 많은 상황이다. 다만, 좋지 않은 기록임에도 실전 표본이 일정 이상이라면 저조한 경기력에는 다른 사정이 작용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전용주라는 뛰어난 좌완 투수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런 '정상참작'도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무의미하다. 빠른 볼의 상태나 체격으로 볼 때 가능성이 충분한 투수인만큼 더욱 분발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백송고의 유동윤은 구위나 컨트롤 면에서 아직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왼손 투수라는 희소성을 감안한다면 내년에도 지금 이상의 기회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 기회와 경험이 사람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므로 좀더 지켜보고 싶다. 02년생이라는 나이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안산공고는 올해 소민욱이라는 '재미있는' 옆구리 투수가 활약하고 있는데 신용민이라는 투수도 눈에 띈다. 사이드암/언더핸드 투수는 그 특징상 자기 무기가 확실하다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투수를 판단하는 기준인 체격이나 구속, 제구 같은 것에서 약간 자유롭지 않나 싶다.
경기운영이나 컨트롤에서 약간 아쉬운 점이 있지만 투구폼이 보는 입장에서는 재미있고 상대타자 입장에서는 까다롭게 보일 것이다. 그것이 어느 정도 무기로 작용하는 듯 한데, 장점을 굳히면서 약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케어받았으면 싶다.
학생 선수들은 구속의 함정에 빠져서 기존의 장점도 버리며 구속을 올리려 하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프로의 젊은 선수들도 흔히 빠지는 함정이다). 프로에서 롱런하는 선수들은 결국 구속이 빠른 선수들이 아니라 자기 무기가 확실한 선수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선수들의 개별 특성에 따라 그 무기가 구속이 될 수도 있지만, 구속이 어떤 선수에게건 무조건 형통하는 무기가 되는 건 아닌 것이다.
특히 잠수함 유망주들이 그 특성상 이런 류의 함정에 잘 빠지지 않나 싶은데, 여러 선수들 중 한명으로 눈에 띄지 않게 묻히고 싶은지, 아니면 여러 선수들 중에서도 독특한 모습으로 눈에 확 띄는 선수가 되고 싶은지, 그건 본인의 선택이겠다.

(2) 호랑이는 포효하고 용은 울부짖네(虎啸龙吟) : 1차 지명 판도를 좌우할 우투수들

KT는 이미 2019 드래프트에서 전용주라는 전국 레벨의 좌완 유망주를 확보했기 때문에, 내년 1차 지명에서 좌완이나 사이드암/언더에 집착할 가능성은 현재까지는 그리 높지 않다. 대부분 유급 등의 사유로 1차 지명대상이 아니기도 하다. 하물며 우완투수들 중 걸출한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나타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선배들의 활약에 의지하는 감이 아직 강한 타지역 선수들에 비해 경기팜은 일찌감치 호소용음(虎啸龙吟)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인재들이 나타나고 있다. 굳이 두 사람만 꼽자면 유신고의 소형준과 부천고의 홍원표. 누가 호랑이고 누가 용인지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두 선수 모두 충분히 150 피처의 반열에 들 것으로 기대되는 좋은 속구와 쓸만한 변화구를 보여줬고, 체격조건도 평균 이상으로 대등하다.

SK에 연고가 있는 인천, 경기팜의 안인산(야탑고)과 함께 중학교 시절부터 경기도 중학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들로 알려졌던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소형준홍원표의 존재감은 경기팜의 저력을 상징하는 징표이기도 하다. 서울을 비롯한 타지역에 전학 등의 사유로 인재가 유출되는 경우가 아직도 잦고 그 때문에 경기팜 저평가 현상이 심화되었던 감이 있는데, 이 선수들의 활약이 그런 현상을 감소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강호인 유신고 소속의 소형준김민(KT)을 비롯한 여러 선배들의 존재감 때문에 비교적 최근에 들어 비중을 늘려가기 시작한 반면,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믿을만한 투수가 적은 부천고의 홍원표는 1학년 때부터 선발투수로 경기에 나서는 등, 일찌감치 활약해왔으며, 올해같은 경우 세광고의 박계륜과 함께 2학년 투수들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최근 부쩍 중시되는 소위 '혹사 논란'을 감안하면, 홍원표에게 있어 2학년 투수들 중 최다이닝을 기록한 점이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이 던졌다는 이유로 점수를 깎는 팬들도 일부 보인다.
하지만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축적된 완급조절의 경험, 그리고 긴 이닝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 기록을 유지한 데서 가늠해볼 수 있는 피칭 센스의 징조는 '혹사'라는 선정적인 단어에 덮이기에는 매우 아까운 강점이다. 혹사가 걱정될 정도라면 충분히 휴식시키고 관리해서 쓰면 될 일이지, 지명해놓고 1년차부터 바로 써먹지 못해서 안달하다 선수들 무리시키거나, 당장 성과가 안나온다면서 평가절하하는 건 소위 '혹사'보다도 더 나쁘다. 요즘 보면 소위 '프런트 야구'를 하겠다는 팀들이 오히려 더 그런 현상을 보이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
실제로 프로 구단들이 학생 시절 적게 던진 선수들을 어깨 싱싱하고 팔꿈치 적게 썼다고 뽑았다가 오히려 더 많은 부상과 부진에 골머리 썩인 전례도 있으니, 홍원표가 실력으로 소형준이나 다른 선수들에게 밀려서라면 모를까, 단순히 그저 1학년 때부터 죽 많이 던졌다는 이유만으로 연고구단에게 외면받거나 한다면 KT 스카우터들의 보는 눈이나 배짱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고, 그런 스카우터들 데리고 있는 KT의 미래도 썩 밝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조금 던졌다는 이유로 소형준이 평가절하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유신고는 전통적으로 경기도에서 강력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고, 그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좋은 성과를 냈던 선배들이 활약해준 것도 있다. 반짝 활약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테면 선발 투수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킬 수 있다면 과부하를 피한 것이 홍원표와는 또다른 의미에서 소형준 고유의 강점이 될 수도 있다.
일단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이 매우 만족스럽지만, 표본이 아직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대적으로 타팀에 비해 공수 양면에서 강한 편인 유신고 소속이라는 점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약팀 에이스가 강팀 에이스보다 부각되기 쉬운 법이다. 짧은 이닝에서 폭발적으로 던지는 모습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긴 이닝에서 안정을 유지하는 능력인데, 상위급 투수 유망주에게 요구하는 것이 선발투수 또는 마무리 투수라는 점에서 후자에서도 어느 정도 자기 역량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다크호스, 그보다는 세번째 별이라 할 선수로 라온고의 고영선을 꼽을 수 있다. 김민우(공주고)와 함께 구리시 리틀야구단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선수로 경기운영이나 컨트롤 능력이 예사롭지 않다. 비교적 무명이었던 백송고의 조영건이나 율곡고의 정현욱 등이 졸업년도에 큰 성장세를 보이며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볼때, 내년의 판도는 장담할 수 없지 않겠나 싶다. 학생야구의 매력은 해마다, 혹은 달마다 선수들의 면면이 변한다는 것인데,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변신을 기대하게 만든다.

유급이나 전학 등의 사유로 1차 지명대상에서 벗어난 선수들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1차 지명이야 연고팀의 문제지만, 2차 지명은 10개 구단 모두의 일이기 때문이다. 부천고의 이의혁은 빠른 공이 눈에 띄고, 장안고의 백동운오현택은 하드웨어가 좋다. 셋다 구위가 나쁘지 않지만 컨트롤은 좀 개선할 필요가 보인다. 가지고 있는 장점이 눈에 띄는 선수들이나 단점을 지적받는 법이다.

덧글

  • 두얼굴의 하프물범 2019/02/19 17:24 #

    2020년 인천.경기도 야수편 예상선수들만 없네요
    다른 지역들은 있는데요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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