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살펴보는 2020년의 주인공들 - 투수편 (4) 인천, 경기(SK) ㄴ2020년 KBO 신인지명

KT 창단 후 분할된 경기팜과 기존 인천팜은 그간 연고팀 SK 입장에서 썩 만족할 만한 아웃풋을 보여주진 못했다. 김민(유신고-KT)이나 전용주(안산공고-KT)처럼, 원래대로라면 SK가 지명했어야 할 뛰어난 선수들이 연이어 옆집 KT의 선택을 받는 것도 배아픈 노릇이었을 것이다.
올해 1차 지명발표 현장에서 프런트 책임자가 노골적으로 마뜩찮은 티를 냈던 팀이 NC와 SK 정도였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명된 선수들에 대한 예의를 따지기에 앞서, 무엇보다 실적을 내야 하는 조직의 수장들이니 그랬던 것 같은데, 내년 지명에서 (최소한 SK는) 그런 찜찜한 모습을 볼 확률이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물론 기대를 걸게 하는 선수들의 성장세가 지속될 때 그렇다는 것이겠다.

전반적으로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이 골고루 활약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선수층이 넓지 못하다거나, 3학년 선수층의 부재로 인해 상대적으로 뎁스가 넓어보이는 착시현상도 감안해야겠지만, 당장 올해가 아닌 내년을 기약하는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용납 가능한 수준이다. 기록을 중심으로 어떤 선수들이 있는지 일별해보도록 한다.

4. 인천, 경기(SK) - 위풍당당 안인산, 그 맞수들의 성장을 기대하며.

9월 1일 기준


(1) 투타겸장 안인산, 야무진 차돌바위.

투타 양면에서 걸출한 재능을 자랑하는 강백호(KT)의 쇼케이스에 감탄했던 SK 팬들은 또다른 강백호의 등장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이번에 등장하게 될 투타겸장의 인재는 SK에 유독 부족했던 정통파 우완투수로서의 소질도 엿보인다. 철석처럼 단단한 체격이 인상적인 야탑고의 안인산이 그 주인공이다.

안인산은 이미 중학교 시절부터 신지후(북일고), 최준용(경남고)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유망주로 손꼽혔던 바 있지만 타자로서의 소질도 상당하다. 1학년 때 이미 전국대회에서 만만찮은 장타자로서의 자질을 과시했고, 2학년에 올라와서도 주축급 타자로 활약 중이다. 물론 수비 포지션의 한계는 있지만, 그것이 단점으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의 활약상이다. 장타력이 빼어나고 선구안도 준수하다. 타자로 성장하길 기대하는 시각이 여전히 만만찮게 존재하는 이유다.

하지만 투수로서의 안인산도 그 못지 않게, 사실은 그 이상으로 매력적이다. 충분히 150km/h를 넘나들 것으로 보이는 속구는 그 스피드만으로도 우선 매력적인데, 강속구 투수로 꼽히는 다른 투수들에 비해 제구력도 나쁘지 않다. 슬라이더성 변화구도 고교 레벨을 감안하면 적절하게 배합하는 편이고, 그러면서도 빠르게 승부를 가져가는 운영능력이나 과감함도 상당한 수준이다. 마운드에서의 배짱이나 책임감도 수준급이다. 당장 성과가 나오는 기교 중심으로 트렌드가 흘러가면서 정면승부를 통해 타자를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정통파 투수가 오히려 드물어져 가는 감이 있는 최근 기류에서, 이런 강건한 느낌은 매력으로 와닿을 수밖에 없다.

물론 장점만 있을 수는 없다. 당장 별다른 약점이 없는 '타자' 안인산을 지지하는 입장과는 달리(물론 팜의 수준을 염두에 두는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야탑고에 비해 강팀이 별로 없는 경기권에서의 타격 기록이 얼마나 가치가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투수' 안인산을 기대하는 이들로서는 몇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들이 눈에 띌 것이다.

우선 하드웨어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180cm를 약간 넘는 키는 투수로서는 그리 큰 편이 아니다. 체형도 탄탄한 것이 완성형에 가까워 향후 더 성장할지 여부는 의심스럽다. 투수와 키의 상관관계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지만 신경쓰이는 요소 중 하나이기는 할 것이다. 물론 그리 큰 편이 아니라 하여 작다고 보기도 어려우니 이는 그다지 큰 문제로 여겨지진 않는다.
그보다는 투수로서의 투구 자체에서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다. 힘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어 던진다는 느낌보다는 몸에서 힘을 짜내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체격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도 이런 투구 특성으로 더 눈에 띄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디테일한 면에서는 차이가 많지만 굳이 따지자면 김민우(마산용마고-한화)의 그것을 연상시킬 때가 있다. 순간적으로는 폭발적이겠지만 이어가면서 힘이 빠르게 빠지지 않을까 싶다. 구위형 우완투수로 매력적인 선수인만큼, 구위의 지속 여부가 중요하다.

물론 프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케줄이 느슨한 고교야구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실제 야탑고에서도 구원투수로 활약하면서 5이닝 이상을 무리없이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다만 고교 레벨이 아니라 프로 기준에서 볼 때, 6~7이닝, 요컨대 선발투수로 긴 이닝을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여지가 적지 않다. 상위권 투수 유망주에게 바라는 역할이 우선 선발투수, 그 다음이 마무리 투수인 것을 감안하면 투수로 자신의 길을 정했다면 어느 쪽이 적합할지 숙고하고, 그에 맞게 피칭 메커니즘을 조정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폭발적인 구위로 짧은 이닝을 확실하게 막는 쪽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구위를 일정 정도로 유지하면서 긴 이닝을 막아내는 쪽을 택할 것인지.

주지의 사실이지만 약점을 지적하는 것은 장점이 그 이상으로 매력적일 때의 일이다. 사실 지금 기준에서는 큰 약점이라 보기 어렵기도 하고, 몸을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문제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투타겸장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기도 해서,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명확한 방향을 잡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어느 쪽으로건 본인의 목표가 분명하다면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2) '산'의 맞수들, 기대하게 되는 형형색색.

안인산의 존재감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쩌다 등장한 걸출한 유망주 하나만 바라보는 팜은 그리 건강하다 보기 어렵다. 비유하자면 김태균과 류현진만으로 한화의 육성역량을 고평가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다행히 내년의 경인팜은 그런 건강하지 못한 상태와는 거리가 멀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유형의 다양한 유망주들이 각자 나름대로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드암에 가까운 쓰리쿼터 투수인 야탑고의 박명현은 기록만 놓고 보면 안인산 이상의 안정감을 보여준다. 마른 체격임을 감안하면 하드웨어 보강만으로도 140대 중반의 속구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으며, 경기운영능력도 나쁘지 않다. 변화구와 속구를 던질 때 차이가 다소 보이는데, 고교레벨에서 문제될 정도는 아니지만 쿠세에 민감한 프로 기준에서는 어떨지 궁금하다.

인천고의 우완 김동현과 언더핸드 임형원도 흥미롭다.
김동현은 아직 타자를 압도하는 맛은 없고, 컨트롤도 다소 아쉽지만 공 자체에서 느껴지는 힘은 나쁘지 않다. 좀더 자기 공을 믿고 상대와 과감하게 맞붙어봐도 될 것 같은데, 경험이 쌓이면 해결될 문제로 보인다. 구위건 제구건, 결국 주위의 눈치를 보는 선수보다는 과감하게 움직이는 선수가 빠르게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임형원은 주로 원포인트로 나오는 선수로 기억하는데 그 때문인지 상당히 박력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당장 기록은 아쉽지만 공은 매섭다. 봉황대기에서 한차례 선발로도 올라왔는데, 내년에는 좀더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북일고의 김양수같은 스피드형 사이드/언더로 눈여겨볼만 하다.

인천고의 좌완 박시후도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좀더 힘을 끌어올린다면 쉽게 얻어맞지 않을 유형이다. 왼손 투수가 갈수록 희소성이 강해지는 기조인 점도 있고, 전통적으로 경인팜 좌완 투수들은 프로에서도 대체로 성과가 좋았다.
같은 맥락에서 야탑고 좌완 오원석도 그냥 넘길 수 없다. 정면으로 부딪히는 맛이 좀 떨어지지만 기록이 좋으니 여유있게 생각할 법 하다. 박시후오원석이나 빠른 공의 위력을 좀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기본은 원래 요령보다는 원칙으로 밀어붙여야 강해진다. 김동현-임형원-박시후의 조합이나, 안인산-박명현-오원석의 조합이나, 고교야구 뎁스(특히 비서울권에서는)를 감안하면 쉽게 볼 수 있는 조합이 아닌지라 내년에 이 두 학교 마운드가 꽤 재미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매년 흥미로운 선수들이 등장하고 있는 율곡고는 올해 우완 정현욱에 이어 내년에는 옆구리 투수 서성일을 눈여겨볼만 하다. 사이드/언더로서는 꽤 많은 이닝을 소화했음에도 결과가 나쁘지 않다. 자기 무기가 있다는 의미다. 피홈런 개수가 많은 것은 기타 지표와의 관계로 볼 때 공격적인 투구의 영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3학년 선수층이 부재 상태에서 1,2학년들이 실전을 책임져야 했던 비봉고 투수들은 올해 많이 얻어맞았다. 단순히 시간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이 있었다면, 당장 기록은 좋지 않아도 나쁘다 보기는 어렵다. 어느 상황에서건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이 성장하고, 보다 많은 것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