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2019 신인 드래프트 라운드별 간단 감상(1) 1~3라운드. ㄴ2019 KBO 신인지명

1라운드

이대은(KT)
: 한참 전부터 공언하던 지명인지라 별 감흥은 없었다. KT측이 밝힌 것이나 팬들의 기대처럼 첫해 바로 10승할 투수까지는 아니라고 보지만(이대은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여태껏 KT에서 10승한 투수가 옥춘이형 말고 있...?), 당장 걱정해야 하는 미필 고영표의 부재 상황, 향후 동행 여부가 불투명한 피어밴드와 니퍼트(그리고 KT는 외국인 투수 뽑는 눈이 매우 떨어진다.), 그 외에는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투수들. 이런 상황에서 이대은의 가세는 나쁠 것 없다. 훤칠한 용모나 그간의 활약으로 스타성은 있지만, 구단 입장에서 보기에는 해외파 선수고 FA에 대한 부담도 덜하기에 실제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그리 큰 것도 아니니 가성비도 좋고.

이학주(삼성) : 이대은과 여러 공통점이 있지만, 이대은에 비해 더 스톱갭에 가까운 위치. 김상수를 잔류시킨다면 아마 현재 미필인 김성훈, 강한울 등이 일제히 입대하지 않을까 싶은데, 선수들 군대문제에 따른 전력 공백 해결 못했던 한화의 전례를 감안하면 이학주의 존재는 매우 유용할 것이다. 선수 본인이 이걸 잘 활용한다면 단순한 스톱갭에서 프랜차이즈로 자리잡을 수도 있고. 다만 해외파 선수들이 그리 되기란 매우 힘들다. 해외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만들었던 선수라면 더더욱.

노시환(한화) : 1차 변우혁과 2차 1라 노시환은 한화 입장에서는 김범수-김민우 급의 야심작일 것이다. 김태균-이범호 콤비의 재현을 염두에 두고 지명했을 것인데, 세간에서 떠드는 말처럼 변-노의 수비 역량이 크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니 향후 두 선수의 수비 포지션은 두고 볼 일이다. 발 빠르고 직구 잘 치고 어깨 강하다는 점에서는 이범호와 비슷하다. 다만 이범호를 키워낼 수 있었던 지도자들의 혜안과 뚝심이 지금 한화에 있는지는 의문. 노시환 본인의 타격 성향도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볼넷보다는 안타라는데 그 마음 그대로 가져가서 배드볼 히터가 되려면 좀더 타격 기술을 연마해야지, 아니면 최진행같은 선풍기가 될 뿐이다.

윤정현(넥센) : 비장의 컬렉션 1. 이 선수는 세광고 시절부터 신경쓰였던 선수인지라 미국간 뒤의 행보에 대해 많이 궁금했다. 예전에 페북에서 이 친구 데려갔던 볼티모어 스카우트 출신인 분에게 여쭤보기도 했었고. 군대 해결한 덩치큰 좌완이라는 외적 특성도 눈에 띄지만, 볼티모어 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페이스 끌어올리는 능력이 눈에 띄었다. 현역으로 군생활 하고도 바로 그 정도까지 몸만드는 걸 보면 몸이 많이 상한 것 같지는 않다. 해외파라는 특성상 땜빵 정도로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93년생이면 그렇게 나이많은 것도 아니다. 어쩌면 넥센에게 있어서는 이승호와 함께(혹은 이승호 이상으로) 김택형을 잃은 아쉬움을 충분히 벌충할 선택이 될지도 모른다.

이상영(LG) : 임지섭과 손주영에 비해 좀더 부드러운 느낌. 굳이 비교하자면 넥센 간 이승호와 비슷한 유형. 상대적으로 딱딱한 좌완 파이어볼러보다는 전통적인 개념에서 유연한 좌완을 키워보자는 생각인 듯 싶다. 당초 윤정현을 염두에 뒀다는 게 꼭 즉전감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데, 봉중근의 전례를 봐도 할 수 있는 얘기지만 그나마 차우찬이 버티고 있는 동안 빨리 좌완 선발투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LG 많이 힘들어질 것이다.

김창평(SK) : 연초에만 해도 1차 지명후보다운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걱정하며 지켜보던 선수였는데, 다행히 타격과 주루 면에서 슬럼프를 벗어나면서 일약 센터라인 최대어로 급부상했다. 다만 SK의 기대대로 센터라인에서 가치를 증명해보일지는 약간 의문. SK도 못미덥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프로에서 센터라인 경험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험 차원에서 강승호를 확보한 게 아닌가 싶은데, 김창평도 주된 가치는 공-수-주에서 공격력과 주력으로 인정받는 경우지 수비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정확히 말하자면 잡고 던지는 건 프로 기준에선 처음부터 가르쳐야 한다). SK에게 고교 4대 유격수 중 가장 저평가받던 나주환을 가장 롱런하는 유격수로 키워낸 전적이 있다지만, 그때 SK는 지금 SK가 아니다.

송명기(NC) : 원래대로라면 이대은 자리에 있었어야 할 선수가 여기 있다는 것이 이번 지명에서 고졸 신인의 위상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고졸투수의 꽃은 어쨌거나 정통파 우완투수인데, 그런 투수가 해외파(즉전감)-거포(공격력)-좌완(희소성)-센터라인(수비)에게 차례로 밀렸다는 건 그만큼 지금 고졸 투수들에 대한 프로 구단들의 시선이 작년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는 소리다. 고교 레벨에서 1급 투수로서는 흠잡을 데가 딱히 없지만, 그렇다고 눈에 확 띄는 강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좀 강하게 말하자면, 앞에서 송명기를 거른 구단들은 송명기를 두고 매년 나올 수 있는 투수라는 판단을 한 것 같은데, 그런 구단들의 선택을 바보 만들기 위해서라도(무엇보다 먼저 송명기 본인이 프로에서 대접받으려면) 송명기가 서둘러 자기만의 무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다행히 육성 마인드가 있는지 없는지 도통 의문스러운 KT에 비해 NC는 상대적으로 실적이 있고 팀 내부사정도 안정적이다.

고승민(롯데) : 외국인 선수가 센터라인에 포진해 있다는 것은 그 팀의 수비가 문제있다는 소리다. 원래 외국인 타자는 수비보다는 공격에 중점을 두는 게 주류라 그렇다. 데이비스나 클락, 고메즈, 나바로같은 예외가 없는 건 아니지만, 나바로를 제외하면 다른 선수들도 역시 해당 팀 수비가 문제있다는 건 동일했다(따지고보면 나바로 썼던 삼성도 뎁스에 할말 없었다는 건 뭐 딱히...). 지금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센터 내야수 외국인 타자를 활용하는 롯데가 2루수 최대어를 잡은 건 당연한 일이다. 키가 다소 큰지라 어린 시절 송광민을 생각나게 하는 불안한 장면도 몇번 봤던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타격 스킬도 좋고 공도 잘 고른다. 수비는 만들기 나름이지만, 아예 못 만들 수준은 아니다. 태도가 딱히 나쁜 선수도 아니니 잘 키운다면 한몫 할 것이다.

전창민(두산) : 비장의 컬렉션 2. 현재 완성도만 놓고 보면 사실 백지에 가깝다. 이 점은 KIA가 데려간 홍원빈도 비슷하지만, 전창민의 경우 홍원빈에 비해 두가지 밀리는 점과 두가지 유리한 점이 있다. 전자는 체격과 소모도 면에서 약간 밀리고, 후자는 나쁜 버릇이 없다는 점과 어쨌든 실전에서 쓸만한 변화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 유리하다고 본다. 두 선수 모두 하체 활용만 좀더 보강한다면 구속은 금방 오를 것이다. 다만 홍원빈에 비해 포크볼이라는 무기가 어느 정도 두드러진다는 게 전창민이 두산에서 자리잡는 출발점이 될 듯 싶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 체제 들어 상위지명 투수들을 첫해부터 바로 불펜으로 고정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아무래도 쓸만한 무기가 하나 더 있는 전창민이 홍원빈보다 그 점에서 낫다고 판단한 게 아닌지. 전창민 본인으로서는 여러 보직을 두고 두산이 고민하게 할 수 있도록 서둘러 투수로서 자신을 만들어야 한다. 이왕이면 선발로 갔으면 좋겠는데, 고교시절에도 안정적인 선발로 보기에는 경험이 부족했으니 할 일이 많다. 소속은 부천고여도 원래 충암 출신인지라, 충암과 궁합이 맞는 두산에 갔다는 건 반갑다.

홍원빈(KIA) : 타자의 헛스윙을 염원하는 관중석 로켓발사를 보면서 어이없었던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라운드 자리를 고수했다는 건 이 선수의 원석으로서의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는 증거다. 아무래도 자기 무기가 아직 없는지라, 어깨 싱싱하다고 바로 쓸 선수는 아닌데, 그게 오히려 다행이다. 투수라는 보직에 몸을 적응시킬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우선은 직구부터 자기 뜻대로 던질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KIA 입장에서 봐도,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추거나 갖추게 될 젊은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홍원빈을 두고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을 듯 싶다.

요약 : 원래 가장 선호받았어야 할 고졸 우완투수가 1라운드 10인 중 3명, 그 중 두명은 따지고보면 원석이라는 점에서 이번 지명의 경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해외파 3인 중 윤정현도 마냥 즉전감으로 보기는 어렵다. 훗날 어느 팀이 올해 지명을 성공했다고 자평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SK와 롯데가 지명한 센터라인 내야수 두 명은 수비 관련해서 할 일이 많아보인다.

2라운드

이정훈(KT)
: 약간 의외였던 지명. 김용주나 박세진 같은 유형의 좌완을 보유하고 있는 KT가 비슷한 유형의 좌완을 또 지명했다. 채워넣을 구석이 많은 스케일 큰 좌완을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완성도 있는 좌완을 선택한 건 KT가 이 선수를 사람들 생각보다 빠르게 활용할 것이라고 봐야 하나 싶기도. 다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KT 전력구성상 젊은 투수들의 군문제를 두고 슬슬 머리아플 시점인지라 KT가 길게 보고 투수를 고를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김도환(삼성) : 이번 지명은 삼성이 가장 과감하지 않았나 싶은데, 강민호와 이지영을 보유하고 있는 팀이 포수를 골랐다. 유망주 포수들 군대문제도 있고, 김민수는 미덥지 못하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다. 올해 3대 포수로 꼽히던 포수들 중 수비 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포수다. 기본기도 좋지만 투수와 호흡을 맞추는 자세도 좋다. 작년 김형준이 이런 점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게 통했다고 보는데, 김도환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스카우트들의 극찬처럼 양의지가 될 재목일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삼성이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1군 포수로 자리잡을 확률은 높다.

유장혁(한화) : 이번 지명에서 외야수들은 특히 그 입지가 줄었는데, 내야수나 포수의 포변을 선호하기 때문인 듯 싶다. 그 첫번째 사례가 유장혁 아닐런지. 한화가 이범호를 염두에 두고 노시환을 지명했다면, 유장혁은 외야 보강도 있지만 아마 길게 보기로는 김주찬 같은 유형으로 커주기를 생각하며 뽑은 것 아닌가 싶은데 공수주 어느 면에서나 적극적인 성향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두고 봐야겠다. 독이 된다면 생각없이 야구한다는 소리 들을 것이고, 약이 된다면 두산 선수들처럼 허슬플레이어 소리 들을 것이다.

조영건(넥센) : 비장의 컬렉션 3. 작년 정아름 기자가 쓴 기사를 보면서부터 관심을 가졌는데 이렇게 치고 올라와서 괜히 뿌듯하다. 투수로서는 다소 작은 체격이지만 비율이 좋아서 작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야수 출신 투수들 대부분이 그렇듯, 아직 자기만의 결정구가 없긴 해도 직구의 퀄리티나 직구를 사용하는 센스는 상위 지명 투수들 중 누구와 겨뤄도 지지 않는다. 어쩌면 김혁민이 좋을 때 던지던 직구를 이 친구가 던질 수 있지 않겠나 싶기도 한데 그건 너무 기대가 큰가. 넥센 코치들이 지금 상황에서 밸런스 깨지 않고 힘 키우고 변화구 장착할 수만 있다면 향후 <조씨 빈 자리를 조씨로 채웠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정우영(LG) : 이정용, 이상영에 이어 훤칠한 투수를 골랐다. 설령 허우대만 멀쩡하다 해도 그 허우대만으로도 나름 가치가 있을 법 한데, 다행히 투수 본연의 가치를 놓고 봐도 그 체격에 괜찮은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사이드암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완성도 면에서 당장 쓰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직구에 힘만 조금 더 붙어도 꽤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사이드암 투수답게 몸이 부드러운 편이고 직구 하나는 제구가 어느정도 되는지라, 일단 직구만 살릴 수 있다면 꽤 빠르게 불펜에서 자리를 찾을 것 같은데, 신정락의 예처럼 선발로도 갈 수 있을지는 변화구 만드는 능력을 봐야 알겠다. 신정락이 선발에서 자리 못잡은 건 몸이 안따라줘서 그런 거니까, 몸관리에도 신경써야겠다.

하재훈(SK) : 김재윤의 예를 염두에 두고 하재훈도 불펜투수로 만들어보면 어떠냐는 말을 주위에 했다가 "우타 외야수 없는 게 골치인데 그런 선수를 투수로 쓰자니 유헤드 빙빙?" 소리 들었던 게 몇달 전 일인데 SK가 하재훈을 투수로 본다는 말을 듣고 기분 미묘했다. 변화구가 여러개 있네 어쩌네 하는데, 일본에서의 기록으로 보나, 지금 나이로 보나 그 변화구 다 살릴 일은 없어보인다. 김재윤처럼 직구에 힘 붙이고 결정구 하나 집중해서 마무리 자리를 노려보는 것이 불펜 불안한 SK에서 빠르게 자리잡는 루트 아닌가 싶다. 클로저 자원으로 투자를 받았던 서진용이 영 헤매고 있는 지금이 기회다.

전진우(NC) : 비장의 컬렉션 4. 길쭉한 체격이나 김백만 감독의 제자라는 것도 그렇고, 부산정보고 유니폼이 한화 검은 유니폼이랑 비슷한데 그거 입고 던지는 게 얼핏 안영명을 떠올리게 해서 살펴봤던 게 지난해 일이다. 2라운드에서 지명받긴 했지만, 1라운더 감으로까지 거론되는 거 보면서 흐뭇했다. 아직 그 좋은 체격을 온전히 활용하지는 못한다. 하체가 무너지는 경우를 간간히 봤는데, 아마 그럴 때 크게 맞았을 것이다. 송명기도 긴 이닝 소화에 약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전진우도 비슷하다. 스케일만 놓고 보면 마무리로 만들기는 아깝다. 토종선발진 재편을 두고 NC가 고민하고 있는데, 이럴 때 기회를 잡아야 한다. 누구나 그렇지만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몸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10구단 144경기 체제는 투수가 제일 힘들다.

강민성(롯데) : 고졸 좌완투수들 중 체격이 가장 우람한 선수 아닐까 싶은데, 좋은 체격과 왼손이라는 이점만큼이나 발목수술 전적과 상대적으로 안 나오는 구속이 스카우트들에게는 신경쓰였던 모양이다. 다만 안정적으로 이닝을 소화한다는 점에서는 올해 고졸 좌완들 중 가장 낫지 않았나 싶은데, 구속이 당장 좀 안나온다고 구속 늘리려다 밸런스 깨지 말고 KIA 김유신처럼 우선 구위와 안정감을 앞세워 2군에서라도 선발로 자리잡는 길을 노려보는 게 어떨까 싶다. 롯데 지금 국내 좌완선발 없다.

송승환(두산) : 2라운드 포수 지명을 두고 양의지의 거취와 관련지을 정도는 아니다. 투수라면 모를까, 야수와 관련해서 두산은 그렇게 급하게 굴지 않는다. 고교 레벨에서는 포수로 나쁘지 않았지만 수비보다는 타격에 더 눈길이 갔던 게 사실. 두산은 김재환 등의 전례가 있다보니 송승환이 타격 능력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 포지션을 바꿀 확률도 높다. 두산은 아니지만 KT로 간 서울고 선배 강백호도 그랬고. 다만 KT에 비해 두산은 야수를 바로 활용하는 팀이 아니다 보니 1년차는 보직을 두고 조금 고민할 것도 같다.

장지수(KIA) : 얼핏 정우람을 생각나게 하는 애교있는 얼굴인데 공은 엄청 빠르다. 실제로 올해 고졸 신인들 중 강속구 측면에서는 가장 두드러졌던 선수다. 체격이 다소 작다고 트집잡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오승환도 그 키로 미국 가서 잘 산다. 다소 불안한 컨트롤이라는 약점을 덮고, 150km/h를 넘나드는 속구라는 강점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불펜이 좋다. 지금 뒷문에 치질이 걸린 KIA 불펜의 사정을 보면 장차 클로저로 만들기 위해 장지수를 고른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성남고 선배인 하준영과 좌우 불펜을 맡는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그림이다.

요약 : 고졸 선수들 입장에서 볼 때, 이번 지명에서는 내년 즉시활용을 염두에 두는 게 주류를 이루기로는 실질적으로 마지막 라운드 아닌가 싶다. 두산 정도를 제외한다면, 이번 라운드 선수들은 모두 약간 무리를 감수한다는 걸 전제로 내년 즉시투입이 가능해 보인다. 그게 선수들에게 약일지 독일지는 아직 가늠이 되지 않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활용하는 게 당연하겠다.

3라운드

손동현(KT)
: 선배 하준영처럼 고교 1학년 때부터 출장 경험이 많은 투수다. 3학년 들어 밸런스 문제인지 약간 좋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회복세. 우완 선발투수로서는 한국 기준으로 스탠다드한 하드웨어와 패턴을 보유했다. 바로 1군 선발 투입이 가능한(이라기보다는 그러려고 뽑은) 이대은이 있고, 지난해 1차 지명자 김민을 본격적으로 1군에서 다듬고 있기 때문에 아마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지 않을까 싶다. 적잖게 던진 몸을 쉬고, 약간 흐트러진 밸런스를 가다듬기 위해서라도 그래야 한다.

양우현(삼성) : 삼성이 센터라인 뎁스 보강에 적극적이다. 수비나 주루에 강점이 있는 쌕쌕이 타입의 센터 내야수를 골랐다. 김상수가 잔류하고 이학주가 1군에서 가동된다면 1군에서 바로 주전할 확률은 극히 희박하고, 최대치는 현재 센터에 투입되는 선수들의 군대 문제까지 감안하고 볼 때 1군 백업이다. 수비 보강이 팀 재건의 출발이라는 점에서 나쁜 선택은 아니다.

정이황(한화) : 어릴 때부터 재능을 인정받고 큰 선수인지라 네임밸류가 유독 높고, 때문에 지명했을 때나 선수가 잘 되었을때 칭찬은 프런트가 독식하지만, 이후 결과가 조금이라도 좋지 않으면 현장이 1백 퍼센트 독박쓰는 지명이 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정이황이 그런 유형으로 첫번째 아닌가 싶다. 선수 본인에게 어디 문제있다는 게 아니라 지금 한화 뎁스에서 이 선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여유를 짜내기란 현장 입장에서 꽤 피곤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내구성 문제를 두고 시비가 걸리지만, 선수 본인만 놓고 보면 오히려 어설프게 튼튼해서 불펜 돌리다 다치게 하느니, 처음부터 작정하고 관리하면서 몸 만들어 선발로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인저리프론 소리는 선수 본인에게도 달갑지 않을 것인지라, 1군에서 뛸 기회오면 놓치지 않으려고 무리할 가능성도 있는데, 그런 유혹이 있더라도 가능하면 최소 1년은 성적 부담없이 몸 만들고 선발로 시작해야 한다. 원래 모든 신인들이 이래야 되는데, 한국은 그게 안된다.

주성원(넥센) : 넥센이 이름값보다는 실리를 택했다.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어깨라던가 기본기 면에서 나쁘지 않다. 박동원이 이상한 성벽인지 진짜 범죄인지 모를 짓을 해서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고, 다른 포수들도 군대 문제 생각할 때가 되었다. 젊은 선수 육성보다는 활용에 강한 넥센 특성상 아마 이 친구도 생각보다 빨리 실전 맛을 보게 될 것 같다.

문보경(LG) : 올해 신일고 선수들 보면 투수건 타자건 뭔가 화려하다기보다는 틈이 적은 건실한 면이 매력인데, 문보경도 예외는 아니다. 수비 면에서는 앞서 나간 노시환이나 유장혁보다도 낫고, 타격 면에서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쏠쏠하게 팀에 보탬되는 타격을 하는 편이다. 홈이 잠실이라는 점에서 어설픈 홈런타자보다는 유용한 2루타 잘 치는 선수가 유리할 것 같은데, 문보경이 그런 팀의 필요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좀더 봐야 할 일이다. 다만, 신일고가 부족한 뎁스에서도 선전하던 것이 선수들 저마다 자기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문보경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최재성(SK) : SK가 왕조 시절과 지금 전혀 다른 팀이 되었지만, 정통파 우완투수보다는 좌완이나 옆구리 투수가 잘될 확률이 높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올해 북일고 투수들 중 김정원 다음으로 안정적이었고, 최재익 다음으로 공이 빨랐던 최재성은 그런 점에서 소속팀 운이 좋다. 빠른 공을 던지는 사이드암이라는 점에서 정우영과 비슷하지만, 선발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은 최재성이 앞설 것으로 보인다. 사이드암 전력에 구멍이 난 한화 입장에서는 연고지 선수가 나간 게 아쉬울 수도 있겠는데, 한화가 사이드암 제대로 키워본 적이 빙그레 시절 한희민을 정점에 둔 잠수함 부대 이후로는 통 없으니 선수 본인에게는 잘된 일이다.

최재익(NC) : 1~3라운더 투수들만 세워놓고 보면 NC 팬들은 일단 그 인상만으로도 든든하겠다. 셋다 워낙 훤칠해서 그렇다. 앞서 나간 최재성과 쌍둥이 형제라는 점에서도 이채로운데, 150km/h를 넘나드는 속구를 던진다는 점에서도 매력있다. 다만 어지간히 제구가 되는 송명기, 전진우와는 달리 제구 문제는 좀더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할 듯 싶다. 강점인 속구의 구속을 얼마나 유지하면서 컨트롤을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 구속 줄이면서 제구 잡는다는 방식은 이제 일본에서도 거의 안 쓴다.

김현수(롯데) : 서울권 1차 지명자 후보였던 투수 두명을 연이어 확보했다. 외야수로서도 쏠쏠하게 활약했는데, 우선은 어느 쪽을 택할지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같은 학교 출신인 송명기처럼 김현수도 투수로서는 이렇다 할 눈에 확 띄는 점은 없다. 그런 무난함을 단점으로 볼지 장점으로 볼지는 롯데 코칭스태프가 하기 나름이다. 다행히 우완 투수 뎁스가 롯데에 그리 부족하지 않으므로, 여유는 충분해 보인다.

이교훈(두산) : 좌완 보강은 두산의 영원한 화두다. 유희관의 등장 이전까지 이혜천이 프랜차이즈 좌완 다승왕하던 역사가 있고, SK 좌완들에게 수모를 겪었던 역사가 있다. FA로 영입한 장원준과 이레귤러 프랜차이즈 유희관의 활약, 최근 함덕주의 등장으로 두산이 좌완 전력 밀린다는 말은 옛말 되었다지만 장원준, 유희관이 젊은 나이가 아니고, 함덕주를 제외하면 두산 좌완은 여전히 다른 포지션에 비해 뎁스가 약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교훈은 기회도 많고 부담도 많을 팀에 선택받았다. 저학년 때부터 팀의 주축으로 활약한 선수고 하드웨어가 그리 큰 편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쉬면서 몸을 다져야 할 듯 싶다. 이교훈이 내년 1군에 등장한다는 건 그만큼 장원준과 유희관을 비롯한 다른 좌완들이 밥값을 못한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이태규(KIA) : 경기팜은 인지도에 비해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 말 그대로인 지명이 나왔다. 체격 면에서나 경기력 면에서나 좋게 말해 거칠고,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덜 다듬어졌지만 그만큼 채워넣을 여지가 많다. 채워넣는 것은 현장의 몫이겠는데, 잘 채워서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칭찬받는 건 프런트의 혜안일 것이다. 선수 본인도 그렇지만 코칭스태프들도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요약 : 원석의 비중이 압도적인 첫번째 라운드다. 원석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는 것도 포인트. 팀의 사정과 연결지어본다면 의미있어 보이는 지명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